계절별 은하수 시즌
은하수 중심부가 봄에는 새벽, 여름에는 밤, 가을에는 초저녁에 보이고 겨울에는 사라지는 이유는 별이 매일 4분씩 일찍 뜨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중심부가 어두운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을 일 년 치로 계산해 보고, 달까지 함께 고려해 촬영 날짜를 고릅니다.
은하수 중심부는 봄에는 새벽에, 여름에는 밤에, 가을에는 초저녁에 보이고, 겨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별이 매일 4분씩 일찍 뜨기 때문입니다.
은하수 사진을 찾아보면 대부분 여름에 찍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은하수가 여름에만 하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봄에도 새벽에 나가면 남동쪽 하늘에 중심부가 떠 있고, 가을에는 해가 지자마자 남서쪽 낮은 하늘에 걸려 있습니다. 겨울에만 중심부가 밤하늘에서 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좌표 하나와 숫자 두 개로 정리합니다. 은하수 중심부의 좌표, 별이 매일 일찍 뜨는 4분, 그리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는 기준인 −18°입니다. 끝에는 지난 글의 달까지 함께 넣어 촬영 날짜를 고르는 방법을 다룹니다.
은하수 중심부의 주소
사진에서 가장 밝고 두껍게 부풀어 보이는 은하수 중심부는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 은하의 중심, 궁수자리 A*의 적도 좌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천구 글에서 계산했듯이 서울(약 37.5°N)에서 이 지점이 가장 높이 떴을 때의 고도는 90° − 37.5° − 29° = 23.5°입니다. 하루 동안의 움직임을 보면 중심부는 남동쪽에서 떠서 약 4시간 20분 뒤 정남쪽 23.5° 높이를 지나고, 다시 4시간 20분쯤 뒤 남서쪽으로 집니다. 지평선 위에 있는 시간은 하루에 8시간 40분 정도입니다.
지평선 바로 위는 대기와 먼지, 도시 불빛 때문에 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중심부가 고도 10° 이상일 때를 "찍을 수 있다"고 보겠습니다. 이 기준으로는 하루에 6시간 남짓입니다.
별은 매일 4분씩 일찍 뜬다
하늘은 23시간 56분 4초에 한 바퀴 돕니다. 우리가 쓰는 시계의 하루(24시간)보다 3분 56초 짧습니다. 지구가 하루 동안 공전 궤도를 따라 약 1°를 이동해서, 태양을 다시 같은 자리에 놓으려면 지구가 1°만큼 더 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별은 매일 약 4분씩 일찍 뜨고, 일찍 남중하고, 일찍 집니다. 한 달이면 약 2시간입니다.
은하수 중심부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년 서울(한국 표준시) 기준으로 매달 15일에 중심부가 남중하는 시각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날짜 | 남중 시각 | 날짜 | 남중 시각 |
|---|---|---|---|
| 1월 15일 | 10:36 | 7월 15일 | 22:44 |
| 2월 15일 | 08:34 | 8월 15일 | 20:42 |
| 3월 15일 | 06:44 | 9월 15일 | 18:40 |
| 4월 15일 | 04:42 | 10월 15일 | 16:42 |
| 5월 15일 | 02:44 | 11월 15일 | 14:40 |
| 6월 15일 | 00:42 | 12월 15일 | 12:42 |
한 달에 2시간씩 일정하게 빨라집니다. 6월 하순에는 자정 무렵에 남중하고, 12월에는 한낮에 남중합니다. 계절에 따라 은하수가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어둠이 필요하다: 천문 박명
중심부가 떠 있어도 하늘이 밝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해가 진 뒤에도 하늘에는 한동안 빛이 남습니다. 이것을 박명이라고 하고, 해가 지평선 아래로 얼마나 내려갔는지로 나눕니다.
| 해의 고도 | 이름 | 하늘 |
|---|---|---|
| 0°에서 −6°까지 | 시민 박명 | 아직 꽤 밝음. 밝은 별과 행성만 보임 |
| −6°에서 −12°까지 | 항해 박명 | 지평선이 겨우 구분됨 |
| −12°에서 −18°까지 | 천문 박명 | 맨눈으로는 어두워 보이지만 사진에는 빛이 남음 |
| −18° 아래 | 천문학적 밤 | 햇빛의 영향이 없음 |
은하수를 찍기에 좋은 시간은 해가 −18° 아래로 내려간 천문학적 밤입니다. 이 시간은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서울에서 6월 15일에는 21:50부터 03:17까지 5시간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12월 15일에는 18:49부터 다음 날 06:06까지 11시간이 넘습니다.
결국 은하수 중심부를 찍으려면 두 조건이 겹쳐야 합니다. 중심부가 충분히 높이 떠 있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야 합니다. 아래 그림은 이 두 조건이 겹치는 시간을 일 년 치로 그린 것입니다.
가로축은 1월부터 12월까지의 날짜이고, 세로축은 저녁부터 새벽까지의 시각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시간이 흐릅니다. 위아래의 푸른 띠는 낮과 박명이고, 가운데 짙은 부분이 천문학적 밤입니다. 밝은 주황색이 중심부가 기준 고도 위에 있으면서 하늘이 완전히 어두운 시간입니다. 날짜 슬라이더를 움직이거나 그림을 가로로 끌어서 날짜를 바꿔 보세요.
주황색 띠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것이 보입니다. 매일 4분씩 일찍 뜨는 효과입니다. 띠의 위아래가 잘린 모양은 박명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밤이 짧아서 띠가 가늘어지고, 겨울에는 띠 자체가 낮 시간으로 밀려나 사라집니다.
계절별로 읽어 보기
같은 계산을 매달 15일에 대해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심부가 고도 10° 이상이고 해가 −18° 아래인 시간입니다.
| 날짜 | 완전한 어둠 | 촬영 가능 시간 | 길이 |
|---|---|---|---|
| 2월 15일 | 19:39–05:54 | 05:25–05:53 | 0.5시간 |
| 3월 15일 | 20:07–05:16 | 03:35–05:15 | 1.7시간 |
| 4월 15일 | 20:41–04:24 | 01:33–04:23 | 2.9시간 |
| 5월 15일 | 21:19–03:38 | 23:35–03:37 | 4.0시간 |
| 6월 15일 | 21:50–03:17 | 21:50–03:16 | 5.5시간 |
| 7월 15일 | 21:43–03:34 | 21:43–01:53 | 4.2시간 |
| 8월 15일 | 21:02–04:12 | 21:02–23:51 | 2.8시간 |
| 9월 15일 | 20:10–04:46 | 20:10–21:49 | 1.7시간 |
| 10월 15일 | 19:23–05:14 | 19:23–19:51 | 0.5시간 |
| 11월–1월 | 없음 | 0시간 |
봄(2–4월)은 새벽입니다. 2월 초순에 새벽 박명 직전, 남동쪽 낮은 하늘에 중심부가 처음 나타납니다. 날이 갈수록 일찍 떠서 4월 중순에는 새벽 1시 반부터 박명 전까지 3시간 가까이 찍을 수 있습니다. 이때 은하수 띠는 남동쪽 지평선을 따라 낮게 누운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여름(5–8월)이 본 시즌입니다. 6월에는 밤이 가장 짧지만 그 짧은 밤 전체에 중심부가 떠 있어서 촬영 시간은 오히려 가장 깁니다. 7–8월에는 해가 진 직후부터 남쪽 하늘에 중심부가 있어서 자정 전에 촬영을 마칠 수 있습니다. 중심부가 남쪽에 오면 은하수 띠는 남쪽 하늘에 비스듬히 걸칩니다.
가을(9–10월)은 초저녁입니다. 박명이 끝나면 중심부가 이미 남서쪽으로 내려가 있고, 은하수 띠는 남서쪽 하늘에 거의 세로로 섭니다. 9월 중순에는 2시간이 채 안 되고, 10월 중순에는 30분 정도입니다. 10월 하순이 지나면 박명이 끝나기 전에 중심부가 10° 아래로 내려갑니다.
겨울(11–1월)에는 없습니다. 중심부가 밤에는 지평선 아래에 있고 낮에 떠 있습니다.
그림에서 최소 고도를 5°로 낮추면 시즌이 앞뒤로 조금 넓어지고, 15°로 높이면 좁아집니다. 남쪽 지평선이 산이나 건물로 가려진 곳이라면 15° 기준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겨울에는 왜 중심부가 없을까
태양은 일 년 동안 별자리 사이를 한 바퀴 돕니다. 이 길이 황도입니다. 은하수 중심부는 황도에서 남쪽으로 약 6°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태양은 매년 12월 18–19일 무렵 중심부 바로 옆을 지나갑니다. 이때 중심부는 태양과 함께 뜨고 지니 밤하늘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6월 무렵 태양은 중심부의 정반대편에 있습니다. 해가 지면 중심부가 뜨고 해가 뜨면 집니다. 밤이 짧은 대신 밤 전체가 중심부의 시간입니다.
겨울 밤하늘에도 은하수는 있습니다. 오리온자리와 쌍둥이자리, 마차부자리를 지나는 은하수는 중심부의 정반대 방향, 곧 우리 은하의 바깥쪽을 보는 부분입니다. 별이 적어서 훨씬 희미하고, 사진에 흔히 나오는 밝고 두꺼운 중심부와는 모습이 다릅니다.
달까지 함께 고려하기
지난 글에서 본 것처럼 달이 떠 있으면 은하수는 묻힙니다. 그러니 실제 출사 날짜는 촬영 가능 시간대에 달이 없는 날입니다. 계절마다 피해야 할 달이 다릅니다.
| 계절 | 중심부를 찍는 시간대 | 좋은 월령(대략) | 피해야 할 때 |
|---|---|---|---|
| 봄 | 새벽 | 삭부터 상현 무렵까지(0–8일) | 하현 전후, 새벽에 달이 떠 있음 |
| 여름 | 밤 전체, 7–8월은 저녁–자정 | 그믐부터 초승까지(25–4일) | 보름 전후 |
| 가을 | 초저녁 | 하현 무렵부터 삭 직후까지(19–2일) | 상현에서 보름까지, 저녁에 달이 떠 있음 |
이 표의 월령은 지난 글의 단순 모형(달이 매일 50분씩 늦게 뜨고, 달의 적위는 무시)으로 어림한 값입니다. 여름에는 반달이라도 시간대만 맞으면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7월에 하현 무렵이면 달이 자정 즈음 뜨므로, 박명이 끝난 뒤부터 달이 뜰 때까지 두세 시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위 그림으로 그날 중심부가 언제 찍을 만한 높이에 있는지 확인하고, 다음으로 그 시간에 달이 떠 있는지 월출·월몰 시각으로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날씨를 봅니다. 세 가지가 모두 맞는 밤은 한 해에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와 계산의 범위
- 미 해군 천문대, Sidereal Time: 항성일과 시간각의 정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미 해군 천문대, Rise, Set, and Twilight Definitions: 일출·일몰과 천문 박명의 정의를 설명합니다.
- 연간 그림은 본문에 적은 근사식을 사용하는 계획 보조 자료입니다. 현장 지형과 실제 날씨를 포함한 관측 예보와 구분해 주세요.
정리
- 은하수 중심부의 좌표는 적경 17h 45m, 적위 −29°이다. 서울에서는 아무리 높이 떠도 23.5°이고, 지평선 위에 있는 시간은 하루 8시간 40분 정도다.
- 별은 매일 약 4분, 한 달에 약 2시간씩 일찍 뜬다. 그래서 중심부는 봄에는 새벽, 여름에는 밤, 가을에는 초저녁에 보인다.
- 사진에는 해가 −18° 아래인 천문학적 밤이 필요하다. 여름은 이 시간이 짧다.
- 서울에서 고도 10° 이상, 천문학적 밤이라는 조건으로는 2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가 시즌이고, 촬영 시간은 6월에 가장 길다.
- 12월 중순에는 태양이 중심부 옆을 지나가서 중심부가 낮에만 떠 있다.
- 실제 날짜는 중심부의 시간대와 달의 위상을 함께 보고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