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위상과 월령
달은 언제나 절반이 햇빛을 받고, 모양은 그 반쪽을 지구에서 보는 각도로 정해집니다. 위상마다 달이 떠 있는 시간과 달빛이 하늘을 밝히는 정도를 알아보고, 은하수 촬영을 삭 전후로 계획하는 이유를 정리합니다.
달은 언제나 절반이 햇빛을 받고 있습니다. 바뀌는 것은 그 밝은 반쪽을 우리가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입니다.
은하수를 찍으러 나가기 전에 날씨 다음으로 확인하는 것이 달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이라도 보름달이 떠 있으면 은하수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달이 없는 밤에는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은하수가 맨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은하수 사진가들은 달력을 보고 출사 날짜를 정합니다. 이 글에서는 달의 모양이 왜 바뀌는지, 위상에 따라 달이 밤의 어느 시간에 떠 있는지, 그리고 달빛이 하늘을 얼마나 밝게 만드는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마지막에는 달을 피해서 촬영 날짜와 시간을 고르는 방법을 다룹니다.
달은 늘 절반이 밝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습니다. 햇빛을 반사할 뿐입니다. 공에 손전등을 비추면 손전등을 향한 반쪽만 밝듯이, 달도 태양을 향한 반쪽이 항상 밝습니다. 초승달일 때도, 보름달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달의 모양이 바뀌는 이유는 그 밝은 반쪽 가운데 지구를 향한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달이 벌어진 각도, 곧 이각으로 정해집니다.
- 이각 0°: 달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습니다. 밝은 쪽이 지구 반대편을 향해 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를 삭이라고 합니다.
- 이각 90°: 밝은 반쪽의 절반이 보입니다. 오른쪽이 밝은 반달, 상현달입니다.
- 이각 180°: 달이 태양 반대편에 있습니다. 밝은 반쪽 전체가 지구를 향하므로 보름달입니다.
- 이각 270°: 다시 반달이지만 이번에는 왼쪽이 밝습니다. 하현달입니다.
원판에서 밝게 보이는 비율은 이각 E로 간단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 위상 | 이각 | 월령(대략) | 밝게 보이는 비율 | 밝은 쪽 |
|---|---|---|---|---|
| 삭 | 0° | 0일 | 0% | 보이지 않음 |
| 초승달 | 약 45° | 약 3.7일 | 약 15% | 오른쪽 |
| 상현달 | 90° | 약 7.4일 | 50% | 오른쪽 |
| 보름달 | 180° | 약 14.8일 | 100% | 전체 |
| 하현달 | 270° | 약 22.1일 | 50% | 왼쪽 |
| 그믐달 | 약 315° | 약 25.8일 | 약 15% | 왼쪽 |
밝은 쪽의 좌우는 북반구에서 남쪽 하늘의 달을 볼 때 기준입니다. 남반구에서는 반대로 보입니다.
한 달은 왜 29.5일일까
달이 별을 기준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27.32일이 걸립니다. 이것을 항성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삭에서 다음 삭까지, 즉 위상이 한 번 바뀌는 데는 29.53일이 걸립니다. 이것이 삭망월입니다.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그동안 지구도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입니다. 달이 한 바퀴를 도는 27.32일 동안 지구는 공전 궤도를 따라 약 27°를 이동합니다. 태양의 방향이 그만큼 바뀌었으니, 달이 다시 태양과 같은 방향에 오려면 이틀쯤 더 돌아야 합니다.
삭으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를 월령이라고 합니다. 삭이 0일, 상현이 약 7.4일, 보름이 약 14.8일, 하현이 약 22.1일입니다. 음력 날짜는 삭이 든 날을 1일로 세므로, 음력 날짜에서 1을 뺀 값이 월령과 대략 비슷합니다. 음력 보름(15일) 무렵에 보름달이 뜨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달은 매일 50분쯤 늦게 뜬다
달은 하루에 약 12.2°씩(360° ÷ 29.53일) 태양으로부터 동쪽으로 멀어집니다. 하늘은 한 시간에 15°씩 돌기 때문에, 지구가 그 12.2°를 따라잡는 데 50분쯤 더 걸립니다. 그래서 달은 매일 평균 약 50분씩 늦게 뜨고, 늦게 남중하고, 늦게 집니다.
50분은 평균값입니다. 달이 하늘에서 지나는 길이 지평선과 이루는 각도는 계절마다 달라서, 실제로 늦어지는 시간은 날에 따라 이보다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합니다.
지난 글에서 별은 매일 4분씩 일찍 뜬다고 했습니다. 달은 반대로 매일 50분씩 늦게 뜹니다. 달은 별보다 훨씬 빠르게 천구 위를 동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위상마다 떠 있는 시간이 다르다
이각과 시각은 바로 연결됩니다. 하늘은 한 시간에 15°씩 돌므로, 이각이 90°인 상현달은 태양보다 6시간 늦게 움직입니다. 태양이 정오에 남중하면 상현달은 저녁 6시에 남중합니다. 보름달은 12시간 늦으니 자정에 남중하고, 해가 질 때 떠서 해가 뜰 때 집니다.
| 위상 | 뜨는 시각 | 남중 | 지는 시각 | 밤에 보이는 때 |
|---|---|---|---|---|
| 삭 | 06시 | 12시 | 18시 | 보이지 않음(태양과 함께 움직임) |
| 초승달(월령 3–4일) | 09시 | 15시 | 21시 | 해 진 뒤 서쪽 하늘에 잠깐 |
| 상현달 | 12시 | 18시 | 24시 | 초저녁부터 자정까지 |
| 보름달 | 18시 | 24시 | 06시 | 밤새 |
| 하현달 | 24시 | 06시 | 12시 | 자정부터 새벽까지 |
| 그믐달(월령 25–26일) | 03시 | 09시 | 15시 | 새벽 동쪽 하늘에 잠깐 |
표의 시각은 태양이 12시에 남중한다고 놓은 어림값입니다. 서울은 표준시의 기준인 동경 135°보다 서쪽(127°)에 있어서 태양이 12시 30분쯤 남중하므로 모두 30분 정도 늦춰 보면 됩니다. 달은 태양과 다른 높이(적위)로 하늘을 지나기 때문에 실제로 뜨고 지는 시각은 이 표에서 한 시간 넘게 벗어나기도 합니다.
아래 그림은 위에서 내려다본 태양, 지구, 달의 배치입니다. 태양은 오른쪽 멀리에 있습니다. 달을 끌어서 궤도를 돌려 보세요. 그림 한쪽에는 지구에서 본 달의 모습이, 아래 띠에는 하루 24시간 동안 하늘이 어두운 시간과 달이 떠 있는 시간이 표시됩니다.
몇 가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궤도 위의 달은 어느 위치에서나 태양 쪽 반쪽이 밝습니다. 바뀌는 것은 파란 호로 표시한 "지구를 향한 반쪽"에 밝은 부분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입니다.
- 보름을 누르면 달이 밤새 떠 있어서 달 없는 어둠이 0시간이 됩니다.
- 상현과 하현은 똑같이 50%가 밝지만 떠 있는 시간대가 정반대입니다. 상현은 밤의 앞쪽 절반, 하현은 뒤쪽 절반을 차지합니다.
- 초승달과 그믐달은 태양 가까이 있어서 해와 함께 지거나 해 직전에 뜹니다. 밤의 대부분이 어둡게 남습니다.
달빛은 하늘을 얼마나 밝게 할까
보름달의 밝기는 약 −12.7등급입니다. 지난 글에서 본 것처럼 등급은 5등급 차이가 100배이니,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1.5등급)보다 3만 배쯤 밝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반달의 밝기가 보름달의 절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현달은 약 −10등급으로, 보름달의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보름달은 햇빛이 정면에서 비쳐서 표면의 울퉁불퉁한 그림자가 거의 사라지지만, 반달일 때는 산과 크레이터의 그림자가 많아 빛을 덜 돌려보내기 때문입니다. 월령 3일의 초승달은 보름달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위 그림의 "달빛 세기"는 이 관계를 보름달 = 100으로 나타낸 값입니다.
달빛은 공기 분자에 흩어져 하늘 전체를 밝힙니다. 하늘의 밝기는 흔히 SQM(하늘 밝기 측정기)으로 재는데, 1제곱초각당 등급(mag/arcsec²)이라는 단위를 쓰고 숫자가 클수록 어둡습니다. 대략적인 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황 | SQM 값(어림) | 은하수 |
|---|---|---|
| 광해 없는 곳, 달 없음 | 21.5–22 | 맨눈으로 구조까지 보임 |
| 같은 곳, 반달이 떠 있음 | 20 안팎 | 밝은 부분만 흐리게 보임 |
| 같은 곳, 보름달이 높이 떠 있음 | 18–19 | 거의 보이지 않음 |
21.5와 18.5는 3등급 차이이므로, 보름달이 뜨면 하늘 배경이 약 16배 밝아집니다. 은하수의 밝은 부분도 어두운 하늘보다 조금 밝을 뿐이라서, 배경이 이만큼 밝아지면 대비가 사라집니다. 표의 값은 장소, 달의 고도, 대기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어림값입니다.
사진에서는 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은하수에 맞춘 노출로 찍으면 달빛을 받은 하늘은 금방 하얗게 차오르고, 노출을 줄이면 은하수가 사라집니다. 노출이나 보정으로는 되찾기 어렵습니다.
달을 피해서 계획하기
은하수에 필요한 것은 달이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해가 지고 나서도 해가 지평선 아래 18°로 내려갈 때까지는 하늘에 박명이 남습니다. 서울의 춘분·추분 무렵이면 대략 20시부터 다음 날 05시까지가 완전히 어두운 시간입니다. 이 시간 가운데 달이 지평선 아래에 있는 시간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위 그림의 단순 모형으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월령 | 달의 모습 | 달 없는 완전한 어둠(9시간 중) | 쓸 수 있는 때 |
|---|---|---|---|
| 0–4일 | 삭, 가는 초승달 | 7–9시간 | 밤 대부분. 초승달은 저녁에 짐 |
| 약 7.4일 | 상현달 | 약 4.5시간 | 달이 진 뒤, 자정 이후 |
| 약 14.8일 | 보름달 | 0시간 | 없음 |
| 약 22.1일 | 하현달 | 약 4.5시간 | 달이 뜨기 전, 자정 이전 |
| 26–29일 | 그믐달 | 7.5–9시간 | 밤 대부분. 그믐달은 새벽에 뜸 |
정리하면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삭 전후를 고릅니다. 삭을 가운데 두고 앞뒤 4일쯤, 한 달에 8–9일 정도는 밤 내내 달 걱정이 거의 없습니다. 은하수 사진가들이 "삭 주간"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달이 진 뒤에 찍습니다. 상현 무렵에는 달이 자정쯤 집니다. 그 뒤 새벽 박명 전까지는 어둡습니다. 월령이 작을수록 달이 일찍 지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달이 뜨기 전에 찍습니다. 하현 무렵에는 달이 자정쯤 뜹니다. 저녁 박명이 끝난 뒤부터 달이 뜰 때까지가 기회입니다. 월령이 클수록 달이 늦게 뜹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여름의 보름달은 은하수 중심부 바로 옆에 뜹니다. 6월에 태양은 쌍둥이자리 쪽에 있고, 보름달은 그 정반대인 궁수자리 근처에 옵니다. 은하수 중심부가 있는 곳입니다. 여름 보름 무렵에는 은하수를 찍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실제 날짜의 월출·월몰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의 월출몰 계산이나 별자리 앱으로 확인하세요. 위의 시각은 원리를 보기 위한 어림값입니다.
참고 자료
- NASA, Moon Phases: 태양·지구·달의 위치와 위상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 NASA, Moonlight: 달빛이 반사된 햇빛이라는 점과 위상에 따른 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
- 달은 늘 태양을 향한 반쪽이 밝다. 위상은 그 반쪽을 지구에서 보는 각도(이각)로 정해진다.
- 위상이 한 번 바뀌는 데는 29.53일(삭망월), 별을 기준으로 한 바퀴 도는 데는 27.32일(항성월)이 걸린다.
- 달은 매일 평균 50분쯤 늦게 뜬다. 상현달은 초저녁부터 자정까지, 보름달은 밤새, 하현달은 자정부터 새벽까지 떠 있다.
- 반달은 보름달의 10분의 1 정도로 어둡지만, 보름달은 하늘 배경을 열 배 넘게 밝혀 은하수를 지운다.
- 은하수는 삭 전후 며칠, 또는 달이 진 뒤나 뜨기 전의 어두운 시간에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