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클수록 어두운 별
1등성이 6등성보다 정확히 100배 밝은 이유와, 숫자가 클수록 어두워지는 등급 눈금이 생긴 과정. 포그슨의 정의, 음수 등급과 절대 등급, 하늘이 어두울수록 별이 몇 배씩 늘어나는지를 직접 비교해 봅니다.
1등성은 6등성보다 정확히 100배 밝습니다. 숫자가 클수록 어두워지는 이 거꾸로 된 눈금은 2,000년도 더 전에 맨눈으로 별을 보던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별자리 앱을 켜면 별 이름 옆에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시리우스 −1.46, 베가 0.03, 북극성 2.0. 은하수 촬영지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이곳의 한계 등급은 6.5" 같은 말도 나옵니다. 모두 등급, 별의 밝기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처음 보면 두 가지가 이상합니다. 숫자가 클수록 어둡다는 것, 그리고 음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등급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등급 차이가 실제로 몇 배의 밝기 차이인지, 그리고 그게 은하수 사진과 무슨 상관인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지난 글에서 별의 위치를 각도로 나타냈다면, 이번에는 별의 밝기를 숫자로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히파르코스의 여섯 단계
기원전 2세기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는 맨눈으로 별의 목록을 만들면서 밝기를 여섯 단계로 나눴습니다. 가장 밝은 별들을 1등급, 눈에 겨우 보이는 별들을 6등급으로 정했습니다. 그의 목록은 전해지지 않지만, 약 300년 뒤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1,000개가 넘는 별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하면서 이 방식이 이어졌습니다.
이 숫자는 "몇 번째로 밝은 무리인가"를 뜻하는 순위에 가깝습니다. 1등이 가장 앞서듯 1등급이 가장 밝습니다. 숫자가 클수록 어두운 이유는 이것뿐입니다. 망원경도, 측정 장비도 없던 시절의 분류가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5등급 차이는 100배
19세기에 들어 별빛의 양을 실제로 재 보니, 1등급 별은 6등급 별보다 대략 100배 밝았습니다. 1856년 영국의 노먼 포그슨은 이것을 정의로 못 박았습니다. 5등급 차이를 정확히 100배로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1등급 차이는 "다섯 번 곱해서 100이 되는 수", 즉 100의 5제곱근인 약 2.512배가 됩니다.
몇 가지 등급 차이를 밝기 비로 바꿔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등급 차이 | 밝기 비 |
|---|---|
| 1 | 약 2.512배 |
| 2 | 약 6.3배 |
| 3 | 약 16배 |
| 5 | 100배 |
| 10 | 1만 배 |
| 15 | 100만 배 |
| 20 | 1억 배 |
등급을 더하면 밝기는 곱해집니다. 5등급 차이가 100배이니 10등급 차이는 100 × 100 = 1만 배입니다. 이런 눈금을 로그 눈금이라고 합니다.
왜 하필 로그 눈금일까
히파르코스가 로그를 알고 일부러 이렇게 나눈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눈이 원래 이렇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방에 촛불 하나를 켜다가 둘로 늘리면 확 밝아진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촛불 100개에 하나를 더하면 차이를 거의 모릅니다. 우리 감각은 밝기가 얼마나 늘었는지보다 몇 배가 되었는지에 반응합니다. 그래서 눈으로 "한 단계씩 어두워진다"고 느낀 여섯 단계는 실제로는 매번 비슷한 비율로 어두워진 단계였고, 나중에 재 보니 단계마다 약 2.5배였던 것입니다.
카메라도 같은 방식을 씁니다. 조리개와 셔터 속도의 1스톱은 빛의 양이 2배라는 뜻입니다. 스톱도, 등급도 곱셈을 덧셈으로 바꾼 눈금입니다. 2배는 등급으로 약 0.75이므로, 1스톱 ≈ 0.75등급으로 기억해 두면 편합니다.
0보다 밝은 별: 음수 등급
포그슨의 정의는 비율만 정하기 때문에 기준점이 필요합니다. 현대의 등급은 대략 직녀성 베가를 0등급으로 하는 눈금입니다. 베가보다 밝은 대상은 자연스럽게 음수가 됩니다.
| 대상 | 겉보기 등급 |
|---|---|
| 태양 | −26.7 |
| 보름달 | −12.7 |
| 금성(가장 밝을 때) | 약 −4.6 |
| 목성(가장 밝을 때) | 약 −2.9 |
| 시리우스(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 −1.46 |
| 베가 | 0.03 |
| 북극성 | 약 2.0 |
| 안드로메다은하 | 약 3.4 |
| 맨눈 한계(어두운 곳) | 약 6.5 |
| 프록시마 센타우리(가장 가까운 별) | 약 11.1 |
태양과 보름달은 14등급 차이입니다. 5등급이 100배이니 100 × 100 × 약 6.3, 즉 약 40만 배입니다. 보름달이 아무리 밝아도 태양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이유입니다. 안드로메다은하의 3.4등급은 은하 전체의 빛을 합친 값입니다. 빛이 넓게 퍼져 있어서 같은 등급의 별보다 훨씬 희미하게 보입니다.
아래에서 두 대상을 골라 비교해 보세요. 위쪽 눈금은 등급, 즉 로그 눈금이라서 태양부터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별까지 한 줄에 들어갑니다. 아래에는 그 차이가 "×100"이 몇 번 곱해진 것인지 보여 줍니다.
해 볼 만한 비교입니다.
- 시리우스와 북극성: 3.44등급 차이, 약 24배입니다. 북극성은 생각보다 밝은 별이 아닙니다.
- 태양과 시리우스: 약 25등급 차이입니다. 100을 다섯 번 곱한 100억 배에 조금 더해 약 130억 배입니다.
- 맨눈 한계와 프록시마 센타우리: 가장 가까운 별인데도 맨눈 한계보다 약 70배 어둡습니다. 가깝다고 밝은 것은 아닙니다.
겉보기 등급과 절대 등급
지금까지의 등급은 모두 지구에서 보이는 대로의 밝기, 겉보기 등급입니다. 같은 별도 멀리 있으면 어둡게 보이니, 겉보기 등급만으로는 별이 실제로 얼마나 밝은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에서는 모든 별을 같은 거리, 10파섹(약 32.6광년)에 놓았다고 치고 그때의 등급을 비교합니다. 이것이 절대 등급입니다. 빛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어두워지므로 거리를 알면 계산할 수 있습니다.
| 별 | 거리 | 겉보기 등급 | 절대 등급 |
|---|---|---|---|
| 태양 | 1억 5천만 km | −26.7 | 4.8 |
| 시리우스 | 8.6광년 | −1.46 | 1.4 |
| 북극성 | 약 430광년 | 2.0 | 약 −3.6 |
| 데네브 | 약 2,600광년 | 1.25 | 약 −8 |
| 프록시마 센타우리 | 4.2광년 | 11.1 | 15.5 |
태양을 32.6광년 밖으로 옮기면 4.8등급, 어두운 시골에서야 눈에 띄는 평범한 별이 됩니다. 반대로 데네브는 시리우스보다 어두워 보이지만, 같은 거리에 놓으면 시리우스보다 수천 배 밝습니다. 300배쯤 더 멀리 있을 뿐입니다. 사진에 찍힌 별의 밝기가 그 별의 실제 밝기를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맨눈 한계 등급과 하늘의 어둠
눈에 보이는 가장 어두운 별의 등급을 한계 등급이라고 합니다. 맑고 어두운 시골 하늘에서 맨눈의 한계는 대략 6.5등급입니다. 눈이 좋은 사람이 아주 어두운 곳에서 보면 7등급을 넘기도 합니다.
도시에서는 이 숫자가 크게 떨어집니다. 별이 어두워진 것이 아니라 하늘의 바탕이 밝아졌기 때문입니다. 가로등과 건물 불빛이 대기에 흩어져 밤하늘 전체를 희뿌옇게 밝히면, 그보다 어두운 별은 바탕에 묻힙니다. 대도시 한가운데서는 한계 등급이 3~4등급까지 떨어집니다.
이 차이가 별의 개수로는 얼마나 될까요? 등급이 1 어두워질 때마다 보이는 별은 대략 3배씩 늘어납니다. 온 하늘에서 어떤 등급보다 밝은 별의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계 등급 | 온 하늘의 별 수(어림값) |
|---|---|
| 1 | 약 15개 |
| 3 | 약 170개 |
| 5 | 약 1,600개 |
| 6.5 | 약 9,000개 |
| 9 | 약 12만 개 |
| 11 | 약 90만 개 |
맨눈으로 보이는 별이 온 하늘에 9,000개쯤이지만, 한 번에 보이는 건 지평선 위 절반뿐이고 지평선 근처는 대기 때문에 더 흐려집니다. 그래서 어두운 시골에서도 한 번에 보이는 별은 3,000개 안팎입니다. 한계 등급이 3인 도시라면 수십 개로 줄어듭니다.
아래 슬라이더로 한계 등급을 바꿔 보세요. 그림은 하늘의 약 1/20, 풀프레임 카메라에 35mm 렌즈를 물렸을 때 한 장에 담기는 정도의 넓이입니다.
- 대도시(3)에서는 그림 속에 별이 몇 개 없습니다. 하늘 바탕도 밝습니다.
- 어두운 시골(6.5)로 옮기면 별이 수백 개로 늘고, 은하수의 희미한 띠가 나타납니다. 은하수의 뿌연 빛은 하나하나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셀 수 없이 많은 별의 빛이 합쳐진 것입니다.
- 쌍안경(9)이나 사진(10)으로 가면 그림 속 별이 수천에서 수만 개가 됩니다. 어두운 별일수록 은하수 쪽에 몰려 있다는 것도 보입니다.
은하수 사진에서 등급이 중요한 이유
카메라는 눈보다 훨씬 어두운 별을 기록합니다. 조건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광각 렌즈로 수십 초 찍은 한 장에도 대략 910등급 안팎의 별까지 담깁니다. 맨눈 한계보다 34등급 더 어두운 별까지이고, 별의 수로는 맨눈의 열 배에서 수십 배입니다.
이때 등급을 알면 장비와 촬영 조건의 효과를 같은 눈금으로 따질 수 있습니다.
- 조리개: f/2.8에서 f/1.4로 바꾸면 빛을 4배(2스톱) 모읍니다. 등급으로 약 1.5등급, 이론상 그만큼 더 어두운 별까지 찍을 수 있습니다.
- 노출 시간: 노출을 2배로 하면 1스톱, 약 0.75등급입니다. 다만 하늘이 계속 돌고 있어서, 별이 점으로 남는 노출 시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ISO: ISO를 올리면 사진이 밝아지지만 센서가 모으는 빛의 양은 그대로입니다. 더 어두운 별이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 여러 장 합치기: 같은 사진 4장을 합치면 노이즈가 절반으로 줄어, 하늘 바탕이 노이즈를 지배할 때 약 0.75등급 더 어두운 별까지 드러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장비가 아니라 하늘에서 옵니다. 하늘 바탕이 밝으면 별빛을 더 모아도 바탕빛도 같이 모이기 때문에 효과가 줄어듭니다. 도시의 밤하늘 바탕은 어두운 시골보다 수십 배 밝습니다. 렌즈 한 단계를 바꾸는 것보다 한 시간 더 운전해 어두운 곳으로 가는 것이 사진을 더 크게 바꾸는 이유입니다.
참고 자료
- OpenStax Astronomy 2e, The Brightness of Stars: 겉보기 밝기와 광도, 등급 눈금의 정의를 설명하는 공개 교재입니다.
정리
- 등급은 히파르코스의 여섯 단계에서 시작했다. 숫자가 클수록 어둡다.
- 5등급 차이는 정확히 100배, 1등급 차이는 약 2.512배다. 등급을 더하면 밝기는 곱해진다.
- 로그 눈금은 사람의 눈이 밝기를 비율로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럽다. 카메라의 1스톱은 약 0.75등급이다.
- 베가 근처가 0등급이고, 그보다 밝으면 음수다. 시리우스 −1.46, 보름달 −12.7, 태양 −26.7.
- 절대 등급은 별을 10파섹에 놓았을 때의 밝기다. 겉보기 밝기만으로는 별의 실제 밝기를 알 수 없다.
- 한계 등급이 1 오를 때마다 보이는 별은 약 3배 늘어난다. 어두운 하늘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