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 기초 07 · 촬영 · 2026.09.22 · 8분

별이 흐르지 않는 셔터 속도

삼각대에 올려도 별이 길쭉하게 찍히는 이유와 500 룰이 요즘 카메라에서 잘 맞지 않는 이유. 별의 각속도, 화소 하나가 보는 각도, 적위까지 넣은 NPF 룰로 직접 계산해 봅니다.

노출500 룰NPF 룰화소 피치

별은 1초에 하늘에서 15″씩 움직입니다. 셔터를 오래 열어 둘수록 그 움직임이 화소 위에 선으로 남습니다.

삼각대에 단단히 고정하고 찍었는데도 확대해 보면 별이 작은 콩처럼 길쭉합니다. 흔들린 게 아닙니다.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 하늘이 돌았을 뿐입니다. 별은 왜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까에서 본 일주운동이 사진 위에 그대로 기록된 것입니다.

그럼 셔터를 몇 초까지 열어도 별이 점으로 남을까요? 흔히 쓰는 답이 500 룰인데, 요즘 고화소 카메라에서는 잘 맞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숫자 세 개로 그 이유를 직접 계산해 봅니다. 하늘이 얼마나 빨리 도는지, 화소 하나가 하늘을 얼마나 넓게 보는지, 그리고 대상이 하늘 어디에 있는지입니다.

별은 얼마나 빨리 움직이나

천구는 23시간 56분 4초(86,164초)에 한 바퀴, 360°를 돕니다. 각도를 초 단위(″, 1° = 3,600″)로 바꾸면 다음과 같습니다.

ω = 360° × 3600 ÷ 86164 s ≈ 15.04″/s천구 적도 위에 있는 별의 겉보기 속도

단, 이건 천구 적도 위의 별 이야기입니다. 북극성 근처의 별은 작은 원을 그리니 훨씬 느리게 움직입니다. 적위가 δ인 별의 속도는 적도에서의 속도에 cos δ를 곱한 값입니다. 은하수 중심부(δ = −29°)는 적도 속도의 87%, 북두칠성(δ ≈ +55°)은 57%, 북극성은 거의 0입니다. 같은 노출이라도 어느 쪽 하늘을 찍느냐에 따라 별이 흐르는 정도가 다릅니다.

화소 하나는 하늘을 얼마나 볼까

이제 그 움직임이 사진에서 몇 화소인지가 문제입니다. 화소 하나가 담당하는 하늘의 각도는 화소 크기(p)와 초점거리(f)로 정해집니다.

θ = 206.265 × p[µm] ÷ f[mm] (″/화소)206.265는 라디안을 초 단위 각도로 바꾸는 상수(206,265)를 µm·mm 단위에 맞춘 값

예를 들어 4,500만 화소 풀프레임(화소 크기 약 4.4µm)에 14mm 렌즈를 쓰면 화소 하나가 약 65″를 봅니다. 별이 1초에 15″ 움직이니, 적도 근처 별은 약 4.3초마다 화소 하나씩 옆으로 밀려납니다. 20초를 찍으면 4.6화소 길이의 선이 됩니다.

결국 별이 흐르는 길이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궤적 길이(화소) = 노출 시간 × 15.04 × cos δ ÷ θ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나옵니다. 화소가 작을수록, 초점거리가 길수록 같은 노출에서 별이 더 많이 흐릅니다. 렌즈와 노출이 같아도 카메라만 고화소로 바꾸면 별이 더 길쭉하게 보입니다.

500 룰이 어긋나는 이유

500 룰은 "500을 (초점거리 × 크롭 배율)로 나눈 초까지는 괜찮다"는 규칙입니다. 14mm 풀프레임이면 500 ÷ 14 ≈ 36초입니다.

이 규칙은 필름 시절, 35mm 필름을 엽서 크기로 인화해서 눈으로 볼 때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식에 화소 크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4,500만 화소 카메라에서 36초를 찍고 100%로 확대하면 은하수 중심부의 별도 7화소 넘게 늘어납니다. 웹에 작게 올리면 티가 안 나지만, 크게 인화하거나 크롭하면 바로 보입니다.

NPF 룰: 화소와 조리개를 넣은 계산

이 문제를 보완한 것이 프랑스 르아브르 천문학회(SAH)의 프레데리크 미쇼(Frédéric Michaud)가 정리한 NPF 룰입니다. 조리개 값(N), 화소 크기(p), 초점거리(f)를 모두 넣습니다. 널리 쓰이는 단순화 버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t = (35 × N + 30 × p[µm]) ÷ f[mm]여기에 대상의 적위를 반영하려면 결과를 cos δ로 나눈다

조리개가 식에 들어가는 이유는 조리개를 조이면 별의 상 자체가 조금 커지기 때문입니다. 원래 몇 화소 크기인 별은 1~2화소쯤 늘어나도 둥글게 보입니다. 14mm, f/1.8, 4.4µm로 계산하면 (63 + 132) ÷ 14 ≈ 14초, 은하수 중심부의 적위까지 반영하면 약 16초입니다. 500 룰의 절반 아래입니다.

직접 바꿔 보세요. 아래 그림은 센서의 일부를 화소 단위로 100% 확대한 모습입니다. 카메라와 렌즈, 대상의 적위를 바꾸고 "500 룰로", "NPF 룰로" 버튼을 눌러 비교해 보세요.

INTERACTIVE · 별 궤적 계산기풀프레임 45MP · 14mm f/1.8
이 설정의 궤적
4.1 px
판정
궤적이 보임
500 룰
36초
NPF 룰 (적위 반영)
16초
카메라
조리개
노출을 규칙에 맞추기
화소 하나가 보는 각도 64.8″ · 별의 겉보기 속도 13.2″/s · 단순화한 NPF 식에 적위 보정(÷cos δ)을 더한 근사값입니다.

해 볼 만한 것들입니다.

  • 카메라를 24MP → 61MP로 바꾸면 같은 노출에서도 궤적이 길어집니다. 화소가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 적위를 −29°에서 +85°(북극성 근처)로 옮기면 궤적이 거의 사라집니다. 별 궤적 사진에서 북극성 근처 원이 작은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 초점거리를 50mm 이상으로 올리면 몇 초만 열어도 별이 흐릅니다. 망원 렌즈로 은하수를 찍으려면 추적 장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찍을 때

규칙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계산된 시간으로 한 장 찍고, 카메라 화면에서 별을 최대한 확대해서 확인하세요. 화면 가장자리의 별은 렌즈 수차 때문에 원래 조금 늘어나 보이니 중앙 근처를 보는 게 좋습니다.

짧게 여러 장 찍어 합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노출이 짧으면 사진이 어둡고 노이즈가 많습니다. 짧은 노출로 여러 장을 찍어 겹치면(스태킹) 노이즈가 줄어듭니다. 별이 흐르지 않는 노출 시간을 지키면서 밝기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더 길게 찍고 싶다면 하늘을 따라가면 됩니다. 적도의(추적 장비)는 카메라를 하늘과 같은 속도로 돌려서 별이 화소 위에 머물게 합니다. 이때 회전축을 천구 북극에 맞추는 작업이 극축 정렬입니다.

참고 자료와 계산의 한계

  • Frédéric Michaud·Société Astronomique du Havre, La Règle NPF: NPF 공식의 원저자 설명입니다. 이 글의 계산기는 단순화 식에 대상 적위 보정을 적용한 학습용 구현이며 원문의 완전형 NPF 계산기와 구분합니다.
  • 미 해군 천문대, Sidereal Time: 항성일과 시간각의 정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실험의 화소 그림은 수차, 대기와 센서 잡음을 모두 재현하지 않습니다. 넓은 화각에는 적위가 다른 별이 함께 들어오므로 중심 대상에 맞춘 노출이 화면 전체의 점상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결과는 시험 촬영으로 확인합니다.

정리

  • 별은 1초에 15.04″ × cos δ만큼 움직인다. 대상의 적위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
  • 화소 하나가 보는 각도는 206.265 × p ÷ f″이다. 화소가 작고 초점거리가 길수록 같은 노출에서 별이 더 흐른다.
  • 500 룰에는 화소 크기가 없어서 고화소 카메라에서는 너무 너그럽다.
  • NPF 룰(35N + 30p) ÷ f에 적위 보정을 더하면 지금 카메라에 맞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