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 초점 맞추기
초점 링을 ∞ 표시에 맞춰도 별이 뿌옇게 나오는 이유와, 별을 점으로 만들려면 초점이 얼마나 정확해야 하는지. 흐림 원과 초점 심도를 숫자로 확인하고, 라이브 뷰 확대와 바티노프 마스크로 직접 맞춰 봅니다.
초점 링을 ∞ 표시에 맞췄는데도 별이 뿌옇게 나옵니다. 렌즈의 ∞ 표시는 눈금이 아니라 대략적인 안내이기 때문입니다.
은하수를 처음 찍고 집에 와서 사진을 확대해 보면 별이 작은 솜뭉치처럼 번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들린 것도, 노출이 길었던 것도 아닙니다. 초점이 아주 조금 어긋났을 뿐입니다. 별은 사실상 무한히 먼 곳에 있는 점이라서, 초점이 맞았는지 아닌지가 사진에서 가장 정직하게 드러납니다.
이 글에서는 ∞ 표시가 왜 믿을 만하지 않은지, 밤에는 왜 자동 초점이 잘 안 되는지, 그리고 별을 점으로 만드는 데 초점이 얼마나 정확해야 하는지를 숫자로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라이브 뷰와 바티노프 마스크로 실제로 맞추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 표시가 진짜 무한대가 아닌 이유
예전 수동 렌즈는 대개 초점 링을 끝까지 돌리면 무한대에 맞았습니다. 요즘 렌즈, 특히 자동 초점 렌즈는 대부분 무한대를 지나서 조금 더 돌아갑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듭니다.
- 기온: 렌즈 경통(금속·플라스틱)과 유리는 온도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듭니다. 더운 낮이든 추운 밤이든 무한대에 닿을 수 있도록 여유를 둡니다.
- 자동 초점: 자동 초점은 초점이 가장 선명해지는 지점을 조금 지나쳤다가 돌아오는 방식으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한대에서도 지나칠 공간이 필요합니다.
- 제조 오차: 렌즈와 카메라 마운트 사이의 거리에는 작은 오차가 있습니다. 어떤 조합에서도 무한대에 닿으려면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돌리면 무한대"는 이제 맞지 않습니다. ∞ 표시도 정확한 위치라기보다 "이 근처"라는 뜻입니다. 같은 모델의 렌즈라도 실제 초점 위치는 ∞ 표시보다 조금 앞일 수도, 조금 뒤일 수도 있습니다.
밤에는 왜 자동 초점이 안 될까
자동 초점은 화면의 명암 차이를 보고 초점을 찾습니다. 밤하늘은 거의 까맣고 별은 아주 작은 점이어서 카메라가 붙잡을 명암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은하수가 보이는 하늘은 대개 자동 초점이 동작하는 밝기보다 어둡습니다. 그래서 렌즈가 앞뒤로 움직이다가 포기하거나 엉뚱한 곳에 멈춥니다.
달이나 목성처럼 아주 밝은 대상에는 자동 초점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맞췄다면 바로 수동 초점(MF)으로 바꿔서 셔터를 누를 때 초점이 다시 움직이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일부 미러리스 렌즈는 전원이 꺼지거나 절전 모드에 들어가면 초점 위치가 초기화되기도 하니, 카메라를 다시 켰다면 초점부터 확인하세요.
초점이 어긋난 별은 원반이 된다
렌즈는 별빛을 원뿔 모양으로 모아 센서 위의 한 점에 맞춥니다. 센서가 그 꼭짓점에서 조금 앞이나 뒤에 있으면 빛은 작은 원으로 찍힙니다. 이것이 흐림 원(착란원)입니다. 원의 지름은 초점이 어긋난 거리(Δ)를 조리개 값(N)으로 나눈 값과 거의 같습니다.
이 원은 카메라 렌즈에서는 속이 찬 원반으로 보입니다. 망원경 사진에서 흔히 보는 가운데가 뚫린 도넛 모양은, 반사망원경이나 슈미트-카세그레인처럼 빛이 들어오는 길 한가운데를 부경이 가리는 망원경에서 생깁니다. 일반 카메라 렌즈는 가운데를 가리는 것이 없으니 도넛이 아니라 꽉 찬 원반입니다. 거울을 쓰는 반사식 렌즈만 예외로 도넛 모양이 나옵니다.
실제 렌즈의 원반은 완전히 고르지 않습니다. 구면수차 때문에 초점 앞쪽과 뒤쪽에서 원반 모양이 조금 다르고(한쪽은 테두리가 밝고, 다른 쪽은 가운데가 밝은 식), 축상 색수차 때문에 테두리가 보라색이나 초록색을 띱니다. 초점이 맞으면 이 색 테두리도 가장 작아집니다.
얼마나 정확해야 할까: 초점 심도
센서에서 별이 "점"으로 보이려면 흐림 원이 화소 한두 개 크기보다 작아야 합니다. 4,500만 화소 풀프레임의 화소는 약 4.4µm이니, 허용할 흐림을 화소 두 개, c = 8.8µm로 잡겠습니다. 그러면 초점 어긋남이 다음 범위 안에 있어야 합니다.
| 조리개 | 허용 범위 (±N·c) | 전체 폭 |
|---|---|---|
| f/1.4 | ±12µm | 약 0.025mm |
| f/1.8 | ±16µm | 약 0.032mm |
| f/2.8 | ±25µm | 약 0.049mm |
| f/4 | ±35µm | 약 0.070mm |
f/1.8에서 허용되는 폭은 0.03mm 남짓,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 정도입니다. 은하수 사진은 조리개를 최대로 여는 경우가 많아서, 초점을 맞추기가 가장 까다로운 조건에서 찍는 셈입니다.
거리로 바꿔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14mm 렌즈의 초점을 10m에 맞추면 별(무한대)의 상은 센서 쪽에서 약 20µm 어긋납니다. f/1.8이면 흐림 원이 약 11µm, 화소 2.5개입니다. 10m면 꽤 먼 거리 같지만 별에게는 충분히 멀지 않습니다.
과초점 거리는 별의 답이 아니다
풍경 사진에서는 과초점 거리에 초점을 맞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거리에 맞추면 그 절반 거리부터 무한대까지가 "충분히 선명"해진다는 거리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쓰는 c입니다. 풀프레임에서 흔히 쓰는 c = 0.03mm는 사진 전체를 적당한 크기로 볼 때의 기준입니다. 14mm, f/1.8이면 H는 약 3.6m가 되는데, 이때 무한대에 있는 별의 흐림 원은 정의상 정확히 c, 곧 30µm입니다. 4.4µm 화소로 치면 별 하나가 약 7화소 크기로 번집니다. 과초점 거리는 무한대를 "허용 한계 끝"에 두는 방법이라서, 별을 점으로 찍어야 하는 은하수 사진에는 맞지 않습니다. 별에는 별에 맞춰야 합니다. 전경도 선명하게 담고 싶다면 별에 맞춘 사진과 전경에 맞춘 사진을 따로 찍어 합칩니다(초점 합성).
라이브 뷰로 맞추기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입니다.
-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고 렌즈를 수동 초점으로 바꿉니다. 손떨림 보정은 끕니다.
- 밝은 별을 화면 가운데에 둡니다. 직녀성 같은 1등성 안팎의 별이나 목성처럼 밝은 행성이 좋습니다(별의 등급에서 다룬 0~1등급 정도).
- 라이브 뷰를 켜고 확대 기능으로 그 별을 5배, 10배 이상 확대합니다. 화면이 너무 어두우면 확인하는 동안만 ISO를 올려도 됩니다.
- 초점 링을 아주 조금씩 돌리며 별이 가장 작고 가장 밝아지는 지점을 찾습니다. 지나쳤다 싶으면 반대로 돌아오며 그 사이를 좁힙니다.
확대하지 않은 화면에서는 화면의 점 하나에 센서 화소 여러 개가 겹쳐 보이기 때문에, 별이 화소 몇 개만큼 번져도 거의 구별할 수 없습니다. 확대가 핵심입니다.
아래 그림은 14mm 렌즈의 라이브 뷰를 확대한 모습을 화소 단위로 흉내 낸 것입니다. 렌즈 A, B, C는 ∞ 표시와 실제 초점의 차이가 서로 다른 렌즈입니다. "∞ 표시에 맞추기"를 누르고 별의 크기를 보세요. 그다음 초점 링을 조금씩 움직여 별을 가장 작게 만들어 보세요.
해 볼 만한 것들입니다.
- "끝까지 돌리기"를 누르면 별이 커다란 원반이 됩니다. 무한대를 지나쳐 돌아가는 렌즈의 여유가 이만큼입니다.
- 조리개를 f/1.8에서 f/4로 바꾸면 같은 초점 어긋남에서도 원반이 작아집니다. 지름이 Δ ÷ N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빛이 적게 들어오니 은하수 사진에서는 마음대로 조이기 어렵습니다.
- 초점이 어긋나면 빛이 넓게 퍼져서 어두운 별부터 사라집니다. 사진 속 별이 적어 보이는 것도 초점이 어긋났다는 신호입니다.
- 초점을 정확히 맞춘 뒤 기온 슬라이더를 내려 보세요. 링을 그대로 두어도 별이 다시 커집니다.
바티노프 마스크
눈으로 "가장 작은 점"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별이 화소 몇 개 크기가 되면 조금 더 작아졌는지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이때 쓰는 도구가 바티노프 마스크입니다. 2005년 러시아의 아마추어 천체사진가 파벨 바흐티노프가 고안한 것으로, 가는 홈이 여러 방향으로 새겨진 판을 렌즈 앞에 씌웁니다.
홈은 빛을 회절시켜서 밝은 별 주위에 빛줄기 세 개를 만듭니다. 마스크의 한쪽 절반이 좁은 X자 모양의 두 줄기를, 다른 절반이 가운데 한 줄기를 만듭니다. 초점이 어긋나면 가운데 줄기가 X자의 교차점에서 한쪽으로 비켜나고, 초점이 맞으면 가운데 줄기가 교차점을 정확히 지납니다. 초점을 어느 쪽으로 넘겼는지 줄기의 방향으로 알 수 있어서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위 그림에서 마스크를 씌우고 초점 링을 움직여 보세요. 가운데 줄기가 교차점을 지나 반대쪽으로 넘어갑니다. 그림의 무늬는 원리를 보여 주는 모식도입니다.
실제로 쓸 때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 광각 렌즈는 렌즈 입구(입사동)가 작아서(14mm f/1.8이면 지름 약 7.8mm) 무늬가 작고 어둡습니다. 표준·망원 렌즈일수록 쓰기 좋습니다. 광각에서는 가장 밝은 별을 고르고 최대로 확대해야 합니다.
- 마스크는 초점을 맞춘 뒤 반드시 벗기고 찍습니다. 씌운 채로 찍으면 모든 별에 빛줄기가 생깁니다.
맞춘 초점 지키기
테이프로 고정합니다. 초점 링은 생각보다 쉽게 돌아갑니다. 초점을 맞췄다면 마스킹 테이프나 개퍼 테이프로 초점 링을 붙여 두세요. 줌 렌즈는 화각을 바꾸면 초점도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 줌 링도 함께 붙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다시 확인합니다. 해가 진 뒤 기온은 몇 시간 동안 계속 떨어집니다. 알루미늄은 1°C에 길이의 약 0.0023%가 줄어듭니다. 길이 10cm짜리 경통이 10°C 식으면 약 23µm, 앞에서 본 f/1.8의 허용 범위(±16µm)보다 큰 값입니다. 실제 초점 이동은 유리와 렌즈 설계가 일부 상쇄하기 때문에 렌즈마다 다르지만, 몇 시간 찍는다면 중간에 한 번씩 밝은 별을 확대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렌즈 히터를 쓴다면 히터를 켠 상태에서 초점을 맞추세요.
가장자리 별이 이상할 때: 수차와 초점은 다르다
초점을 잘 맞췄는데도 사진 모서리의 별이 갈매기나 혜성처럼 꼬리가 달리거나, 한 방향으로 길쭉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초점 문제가 아니라 렌즈의 수차입니다.
| 증상 | 원인 | 특징 |
|---|---|---|
| 화면 전체의 별이 고르게 둥글게 번짐 | 초점 어긋남 | 가운데 별도 같이 커짐 |
| 모서리 별에 한쪽 방향 꼬리(갈매기 모양) | 코마 | 꼬리가 화면 가운데 쪽 또는 바깥쪽을 향함 |
| 모서리 별이 선처럼 길쭉함 | 비점수차 | 초점을 조금 옮기면 길쭉한 방향이 90° 바뀜 |
| 가운데는 선명한데 가장자리만 고르게 흐림 | 상면 만곡 | 가장자리에 맞추면 가운데가 흐려짐 |
구별하는 요령은 가운데 별을 보는 것입니다. 가운데 별이 점이고 모서리 별만 일그러졌다면 수차입니다. 이때 모서리 별에 맞춰 초점을 다시 돌리면 가운데가 흐려지고, 전체적으로 더 나빠집니다. 코마와 비점수차는 조리개를 한두 단계 조이면 줄어듭니다. 그래서 별 사진에서는 f/1.4 렌즈를 f/2 안팎으로 조여 쓰기도 합니다. 초점은 가운데의 밝은 별에 맞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 일은 별이 흐르지 않는 노출 시간을 정하는 것입니다. 그 계산은 별이 흐르지 않는 셔터 속도에서 따로 다룹니다.
참고 자료와 모형의 범위
- Nikon, Photographing the Night Sky: 수동 초점과 확대 확인, 시험 촬영에 관한 제조사 안내입니다.
- 흐림 원과 바티노프 무늬는 본문에 적은 가정을 사용한 학습용 모형입니다. 실제 렌즈 수차와 마스크의 회절상을 모두 재현하지 않습니다.
정리
- ∞ 표시는 정확한 무한대가 아니다. 렌즈는 기온, 자동 초점, 제조 오차 때문에 무한대를 지나 더 돌아가도록 만들어진다.
- 밤하늘은 어둡고 명암 차이가 적어서 자동 초점이 잘 안 된다. 수동 초점으로 바꾸고 라이브 뷰로 밝은 별을 크게 확대해서 맞춘다.
- 초점이 어긋난 별은 지름이 Δ ÷ N인 원반이 된다. 카메라 렌즈에서는 도넛이 아니라 속이 찬 원반이다.
- 센서 쪽 허용 범위는 ±N·c 정도로, f/1.8이면 0.03mm 남짓이다. 과초점 거리는 별을 약 7화소로 번지게 하므로 별 사진의 답이 아니다.
- 바티노프 마스크는 가운데 빛줄기가 X자 교차점을 지날 때 초점이 맞는다. 찍기 전에 꼭 벗긴다.
- 맞춘 초점은 테이프로 고정하고,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 확인한다.
- 가운데 별은 점인데 모서리 별만 일그러졌다면 초점이 아니라 수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