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 기초 09 · 천문학 · 2026.10.28 · 8분

사진 한 장에 담긴 서로 다른 과거

광년은 시간이 아니라 거리이고, 밤하늘 사진 속 빛은 저마다 다른 때에 출발했습니다. 달의 1.3초부터 안드로메다의 250만 년까지, 빛이 떠난 때를 시간축 위에서 짚어 보고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연주 시차도 살펴봅니다.

광년빛의 속도연주 시차거리

은하수 사진 한 장에 담긴 빛은 모두 같은 30초 동안 센서에 닿았습니다. 하지만 그 빛이 출발한 때는 1초 전부터 250만 년 전까지 제각각입니다.

밤하늘을 찍은 사진은 한순간을 담은 것처럼 보입니다. 셔터를 누른 날짜와 시각도 파일에 정확히 남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 별 하나하나를 따라가 보면, 그 빛은 서로 아주 다른 시대에 길을 떠났습니다. 어떤 빛은 조선 시대에, 어떤 빛은 빙하기에, 어떤 빛은 사람이 아직 없던 때에 출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빛의 속도와 광년이라는 단위, 사진에 자주 찍히는 대상까지의 거리, 그리고 그 거리를 어떻게 재는지를 살펴봅니다.

광년은 시간이 아니라 거리

빛은 진공에서 1초에 299,792,458m를 갑니다. 약 30만 km, 지구를 7바퀴 반 도는 거리입니다. 이 값은 측정값이 아니라 정의입니다. 1983년부터 1m를 "빛이 1/299,792,458초 동안 가는 거리"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광년은 이름에 "년"이 들어 있어 시간처럼 들리지만 거리의 단위입니다.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입니다.

1광년 = 299,792.458 km/s × 31,557,600 s ≈ 9조 4,600억 km1년을 365.25일로 계산한 값.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약 63,000배

그래서 "시리우스는 8.6광년 떨어져 있다"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시리우스까지의 거리가 약 81조 km라는 것, 그리고 오늘 밤 보이는 시리우스의 빛이 8.6년 전에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광초, 광분, 광시

같은 방식으로 빛이 1초, 1분, 1시간 동안 가는 거리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대상은 이렇게 재는 편이 실감 납니다.

대상지구에서의 거리빛이 걸리는 시간
달약 38만 4천 km약 1.3초
태양약 1억 5천만 km약 8분 19초
화성약 5,500만~4억 km약 3~22분
목성약 6억 3천만~9억 3천만 km약 35~52분
해왕성약 45억 km약 4시간
보이저 1호(2026년 말)약 260억 km약 하루
프록시마 센타우리약 40조 km약 4.2년

지금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태양입니다. 태양이 갑자기 사라져도 우리는 8분 동안 모릅니다. 화성 탐사 로버에 명령을 보내면 거리에 따라 몇 분에서 20분 넘게 걸려 도착하기 때문에, 로버는 실시간으로 조종하지 못하고 미리 짠 계획대로 움직입니다. 1977년에 떠난 보이저 1호는 2026년 말 무렵 지구에서 빛으로 하루 거리에 이릅니다. 사람이 만든 물체가 50년 가까이 날아가 겨우 "1광일"입니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는 그 1,500배가 넘습니다.

사진 속 별들은 서로 다른 때에 출발했다

이제 여름밤 은하수 사진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한 장 안에 흔히 들어가는 대상까지의 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거리(어림값)빛이 출발한 때
베가(직녀성)약 25광년2000년대 초
북극성약 430광년16세기 말
안타레스(전갈자리)약 550광년15세기 후반
데네브(백조자리)약 2,600광년(오차가 큼)기원전 6세기 무렵
석호 성운(M8)약 4,100광년기원전 2100년 무렵
은하 중심(궁수자리 A*)약 26,000광년마지막 빙하기
안드로메다은하(M31)약 250만 광년250만 년 전

눈으로 보면 모두 같은 하늘의 점이지만, 가장 가까운 베가와 가장 먼 안드로메다의 거리는 10만 배쯤 차이 납니다. 사진 한 장은 사실 수십 년 전부터 수백만 년 전까지, 수많은 과거를 한 장에 겹쳐 놓은 것입니다.

한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은하 중심은 그 앞을 가로막은 먼지 때문에 가시광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 속 궁수자리 쪽의 밝은 별 구름은 대부분 그보다 가까운 별들입니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 궁수자리 A*는 먼지를 뚫고 나오는 적외선과 전파로 관측합니다. 은하수가 무엇인지는 지난 글에서 다뤘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천체를 눌러 보세요. 아래쪽 시간축에서 그 빛이 언제 출발했는지, 그때 지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 줍니다.

INTERACTIVE · 빛이 출발한 때안타레스 · 약 550년 전
달목성베가북극성안타레스석호 성운은하 중심 방향안드로메다은하← 가까운 과거먼 과거 →1초1분1시간1일1년100년1만 년100만 년안타레스 · 약 550년 전
거리
약 550광년
빛이 출발한 때
약 550년 전
시기
15세기 후반
이 빛이 출발할 때 지구에서는 조선 성종 무렵,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기(1492) 조금 전이었습니다. 붉은 초거성인 안타레스는 언젠가 초신성으로 폭발하겠지만, 그 빛이 오늘 출발해도 우리는 550년 뒤에야 알게 됩니다.
천체 고르기
그림 속 배치는 설명을 위한 것이고 실제 하늘의 위치와는 다릅니다. 거리는 널리 쓰이는 어림값이며, 먼 천체일수록 측정 오차가 큽니다. 시간축은 로그 눈금이라 한 칸 갈 때마다 시간이 몇십~몇백 배씩 늘어납니다.
  • 달과 목성은 시간축 왼쪽 끝 근처입니다. 사람의 시간으로도 "방금"입니다.
  • 북극성과 안타레스는 거의 같은 자리에 겹칩니다. 둘 다 조선 시대에 출발한 빛입니다.
  • 안드로메다은하는 오른쪽 끝입니다. 맨눈으로도 보이는 이 희미한 얼룩의 빛은 인류의 먼 조상이 석기를 쓰기 시작할 무렵 출발했습니다.

시간축은 로그 눈금입니다. 같은 길이만큼 오른쪽으로 갈 때마다 시간이 같은 배수로 늘어납니다. 1초에서 1분까지와 1분에서 1시간까지의 간격이 같은 것도 그래서입니다(둘 다 60배). 보통 눈금으로 그리면 안드로메다까지 한 줄에 담을 수 없습니다. 지난 글의 등급도 같은 이유로 로그 눈금을 씁니다.

과거를 본다는 것

멀리 볼수록 더 먼 과거를 봅니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입니다.

오리온자리의 붉은 별 베텔게우스는 언젠가 초신성으로 폭발할 별입니다. 거리는 약 500~650광년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오늘 밤 폭발했다면 우리는 수백 년 뒤에야 알게 됩니다. 거꾸로, 이미 폭발했더라도 지금 우리가 그것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 보이는 베텔게우스는 수백 년 전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안드로메다은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에 찍히는 것은 250만 년 전의 안드로메다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은하가 어떤 모습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아주 먼 은하들은 130억 년 넘게 달려온 빛으로 찍혔습니다. 우주가 생기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다만 이렇게 먼 은하에서는 "몇 광년 떨어져 있다"는 말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빛이 오는 동안에도 우주가 팽창했기 때문에, 빛이 달려온 시간과 지금의 거리가 서로 다릅니다. 은하수 안의 별이나 안드로메다 정도의 거리에서는 이 차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거리는 어떻게 재나: 연주 시차

별까지 줄자를 댈 수는 없습니다. 가까운 별의 거리는 시차로 잽니다.

팔을 앞으로 뻗고 엄지를 세운 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아 보세요. 엄지가 뒤쪽 배경에 대해 좌우로 움직입니다. 엄지를 가까이 가져올수록 더 크게 움직입니다. 움직인 각도와 두 눈 사이의 거리를 알면 엄지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별에서는 두 눈 대신 6개월 간격의 지구 위치를 씁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반년 뒤에는 약 3억 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 사이 가까운 별은 먼 배경 별에 대해 아주 조금 움직입니다. 이 각도의 절반을 연주 시차라고 합니다.

d[파섹] = 1 ÷ p[″]연주 시차 p가 1″(1/3,600°)인 거리가 1파섹이다. 1파섹은 약 3.26광년

1″는 100원짜리 동전을 약 5km 밖에서 본 크기입니다.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연주 시차도 약 0.77″, 이보다 작습니다. 그래서 별의 시차는 1838년 독일의 베셀이 백조자리 61번 별에서 처음 측정하기까지, 망원경이 나오고도 200년 넘게 걸렸습니다. 지금은 유럽우주국의 가이아 위성이 10억 개가 넘는 별의 시차를 재서 우리 은하의 입체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시차로 재기에는 너무 먼 곳은 다른 방법을 씁니다. 실제 밝기를 아는 별을 찾아, 겉보기 밝기와 비교해 거리를 거꾸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1920년대 에드윈 허블은 안드로메다에서 이런 별(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밖의 다른 은하라는 것을 보였습니다.

참고 자료

정리

  • 광년은 거리의 단위다. 빛이 1년 동안 가는 약 9조 4,600억 km다.
  • 빛도 시간이 걸린다. 달은 약 1.3초, 태양은 약 8분 19초 전의 모습이다.
  • 은하수 사진 한 장 안에서도 빛이 출발한 때는 수십 년 전(베가)부터 250만 년 전(안드로메다)까지 제각각이다.
  • 멀리 볼수록 더 먼 과거를 본다. 지금 보이는 별이 지금도 그 모습인지는 알 수 없다.
  • 가까운 별의 거리는 연주 시차로 잰다. 시차가 1″이면 1파섹, 약 3.26광년이다.